미루니
붉은색 셔츠를 입고 단두대에 오른다
앙리오의 개혁과 이미지에 걸맞게, 그날 밤 왕비를 깨우기 위해 탕플을 방문한 사람들은
버릇없거나 흥분한 사람이 아니라 타협적인 관리들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인 장 밥티스트
마리노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그는 여러 부서의 직원들을 웃길 줄 알았기
때문에 자칭 '직업적 익살꾼'이었다. 마리노는 감옥에서 부유한 죄수들의 너무 빈약한
식사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제 조합을 만듦으로써 그들을 살맛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음식점 주인인 장 밥티스트 미코니와 니콜라스 마리 앙드레 프루아뒤르였다.
이들 세 사람은 1794년 6월 17일에 반역죄인의 표시로 . 그들은 국가의 대표이자 국민의 '아버지'인 로베스피에르를 음해한 죄로
기소되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탕플에서 콩시에르즈리로 이송하도록 명령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앙리오가 파리 혁명정부는 사회의 무질서와 만연한 부패로 탕플이 마치 면회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드나드는 방앗간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7월 13일에 일어난
샤를로트 코르데이가 마라를 암살한 사건은 민중을 자극했다. 사형집행 조수는 군중의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샤를로트 코르데이의 잘린 머리의 뺨을 갈겼다. 신문들도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마라의 추종자들은 모두 혁명일간지들의 우두머리로서 그를 추모하고
'오스트리아 여인'의 피를 마라의 제사에 발칠 것을 요구했다.
앙리오가 보낸 이들 세 명의 파리 혁명정부 관료들 앞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 혹시 그녀를 암살하러 온 건 아닐까? 천만에! 일어나서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해. 누군가가 국민의회의 포고령을 읽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총알처럼 충격적이다.
국회가 카페 과부의 재판을 알리는 명령이었다. 루와이얄 부인과 엘리자베스 부인은 각기
그들의 어머니이며 올케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따라가길 원했지만, 그들에게 그런 호의는
베풀어지지 않았다.
간수들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방을 뒤져서 손거울, 금 머리핀, 두 개의 하트 모양과
이니셜이 새겨진 종이, 랑발 부인의 총상화, 그리고 그 외의 다른 두 부인의 초상화를
빼앗아 갔다.
간수들 몰래 마리 앙투아네트를 멧돼지 가죽으로 만든 작은 장갑 속에 아들 사진이 들어
있는 목걸이와 손수건과 심장이 약해질 때 슬 각성제 한 병을 숨겼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서른일곱 살에 생을 마감했다. 아직 긴 잿빛 머리는 너무도
아름다웠지만, 얼굴은 까칠하고 창백했으면 날시가 더운데도 불구하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아름답던 눈에도 핏발이 섰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눈은 그녀의
말처럼 눈물을 흘리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했다.
간수들은 그녀가 옷 갈아입는 것까지 지켜보았다. 그것이 또 그들의 의무이기도 했다.
그녀의 의견을 물을 필요조차 없다. 얼마 전부터 그녀는 탕플에서 자신의 왕비가 아니라
신분이 낮고 천한 사람처럼 처신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죽음과
더불어 그날그날의 평범한 생활속에서 배운 또 한 가지 처세술이 있다면 그것은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었다. 더구나 간수들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실한 모습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비방문들 속에 그려진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풍자그림들로 가득했다.
탐욕스럽게 보이는 커다란 입, 냉혹한 눈,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한 뺨, 삐죽 내민 입, 너무나
교활한 표정, 찡그린 얼굴, 추잡스럽게 노출시킨 앞가슴, 상반신을 뒤로 젖힌 거만한 자세,
허리춤에서 마치 대바구니처럼 흔들거리는 폭넓고 무거운 치마···.
마리 앙투아네트는 작별의 순간, 눈물도 흘리지 않았고 소동도 피우지 않았다. 그녀는
열다섯 살밖에 안 된 자신의 딸을 끌어안으면서 용기를 잃지 말고 고모인 엘리자베스
부인을 어머니로 여기면서 말 잘 듣고 잘 모시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아버지의 목소리와 말을 회상했다. 죽음에 대해서, 영원한 삶에
대해서 아버지는 마치 에수인 것처럼 그녀에게 말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가 당부했던
모든 것을 정확히 이행했다. 항상 책을 읽고 기도하고, 타의에 의해 생을 마감하게 될 경우
적에게라도 선행하라. 성실하게 선행을 한다는 것은 곧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적에게 잘 한다는 것은 하늘에 대한 믿음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시누이 엘리자베스 부인에게 자신의 어린 딸과 파리
혁명정부가 시몽이라는 제화공에게 맡겨 놓은 어린 왕 루이 샤를을 부탁햇다.
그러는 동안 딸인 루와이얄 부인은 이제 더 이상 어머니를 보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넋이
빠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피드 구독하기:
글 (Atom)